박찬욱3 한국영화 <어쩔 수가 없다> (미장센, 블랙코미디, 고용불안)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공감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 불이 켜지는 동안 그 질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는 25년 경력의 엔지니어가 해고 통보를 받은 뒤 구직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잔혹한 범죄극이지만,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서늘하게 저려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이 만들어낸 낯선 공포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압도당한 것은 배우도, 이야기도 아닌 공간이었습니다. 아파트 복도, 도심 빌딩의 회의실, 자판기 앞 좁은 복도.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그 장소들이 박찬욱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전혀 다른 무게를 갖기 시작합니다.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랑스어로 '장면 안에 배치된 모든.. 2026. 5. 26. 한국영화 <어쩔 수가 없다> (이병헌, 블랙코미디, 사회비판) 퇴근 후 지하철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성의 무표정한 얼굴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보일 때가 있겠구나 싶어 씁쓸해지는 순간이죠. 박찬욱 감독의 신작 는 바로 그 얼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병헌과 손예진 주연, 25년 직장 생활 끝에 해고된 한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직접 제거해 나가는 블랙코미디 스릴러입니다. 처음엔 그저 자극적인 설정이라 생각했는데, 영화관을 나서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시스템이 만든 괴물, 만수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 영화를 단순히 살인마의 이야기로 읽으면 절반밖에 못 본 겁니다. 박찬욱 감독이 설계한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를 들여다보면, 진짜 공포의 실체가 만수 개인이 아닌 그를 둘러싼 고용 시.. 2026. 5. 7. 한국영화 <아가씨> 리뷰 (미장센, 서사구조, 해방감) 박찬욱 감독의 는 2016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벌컨상을 수상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예쁜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30대 후반이 되어 다시 꺼내 보니 전혀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세 겹의 시선이 만드는 미장센과 서사구조이 영화는 비선형 서사구조(Non-linear Narrative)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비선형 서사구조란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고,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반복 제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1부에서 내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장면이 2부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뒤집히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2부가 시작되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1부 내내 숙희(김태리 분)의 눈을 빌려 히데코(김.. 2026. 4.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