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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3

한국영화 <승부> 리뷰 (인간드라마, 스승과제자, 기풍) 솔직히 저는 바둑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집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 패(중요한 바둑 용어로, 서로 번갈아가며 돌을 따낼 수 있는 형태)가 뭔지도 희미하게 알 뿐입니다. 그런데도 영화 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났습니다. 19줄의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 제 직장 생활과 완전히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바둑을 몰라도 빠져드는 인간 드라마영화를 보기 전에 걱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둑 영화라는 특성상 복잡한 수 읽기 장면이 나오면 이해를 못 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김형주 감독은 바둑의 기술적인 수 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신 대국자들의 얼굴을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바둑돌이 "딱" 하고 떨어지는 순간의 울림, 초시계가 째.. 2026. 7. 27.
한국영화 <내부자들> (권력 카르텔, 버디무비, 카타르시스) 직장 생활 10년을 넘기고 나면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 앞에서 조용히 막히는 그 느낌. 저도 그 벽에 부딪혔을 때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 10년 전 개봉작인데도 화면 속 장면들이 어제 뉴스처럼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영화 내부자들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가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정·재·언 카르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권력의 구조영화는 세 개의 축으로 권력의 삼각형을 설계합니다. 대권 주자 정치인, 그를 뒤에서 지원하는 재벌, 그리고 여론을 설계하는 언론 주필. 이른바 정·재·언 카르텔(政財言 Cartel)입니다. 여기서 카르텔이란 본래 경제학 용어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복수의 집단이 가격이나 생산을 담합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2026. 5. 30.
한국영화 <어쩔 수가 없다> (미장센, 블랙코미디, 고용불안)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공감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 불이 켜지는 동안 그 질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는 25년 경력의 엔지니어가 해고 통보를 받은 뒤 구직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잔혹한 범죄극이지만,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서늘하게 저려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이 만들어낸 낯선 공포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압도당한 것은 배우도, 이야기도 아닌 공간이었습니다. 아파트 복도, 도심 빌딩의 회의실, 자판기 앞 좁은 복도.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그 장소들이 박찬욱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전혀 다른 무게를 갖기 시작합니다.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랑스어로 '장면 안에 배치된 모든.. 2026.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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